1. 1m x 1m 관찰 땅 만들기

2. 풍경이 관찰 대상으로 변하는 순간

나무와 풀이 어우러진 넓은 자연 공간에 네모의 경계를 만들면 그 순간 갑자기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집니다. 가느다란 끈을 둘렀을 뿐인데 한 덩어리의 풍경으로 보이던 자연이 또렷한 관찰 대상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제부터 경계 안쪽은 넓은 풍경의 한 조각이 아닌 구체적인 생물종들의 서식지로 여겨집니다. 이미 그 안에 살아가고 있던 생물들에게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지만, 관찰자인 우리에게는 이쪽 끝과 저쪽 끝이 있는 우리만의 관찰 땅(관찰지)입니다. 이제 이 영역 안에 살거나 찾아오는 생물들을 꾸준히 관찰하고 기록합니다.

3. 작지만 복잡한 생태계

작고 약한 풀들만 조금 있다고 여겨진 좁은 땅이어도,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생물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종의 풀마다 그 종을 먹이식물로 하는 곤충이 붙어 먹이활동을 하고 있거나, 바람에 날려 온 거미가 집을 짓고 있거나, 달팽이가 잎 뒤에 붙어 있거나, 지렁이가 땅 위를 기어가고 있거나, 개미와 진딧물이 공생하고 있거나, 바닥이나 부러진 나뭇가지에 균류가 번지고 있습니다.
작은 풀들은 빠른 시간 안에 한살이를 마치고 소멸하기도 하며, 그 자리에는 다시 새로운 개체가 자리를 잡기도 합니다. 1m x 1m의 관찰 땅 안에서는, 들여다보지 않고 지나쳤다면 알지 못했을 꽃마리, 냉이, 주름잎 같은 작은 풀들이 며칠 안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놀라운 변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어제 관찰한 다리를 다친 칠성무당벌레가 오늘은 다른 모습으로 발견되기도 하며 오늘 본 깡충거미가 같은 자리에서 밤을 지내고 내일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그들을 관찰하는 나의 눈앞에서 직박구리 한 마리가 날아와 살아 있거나 죽어 있는 작은 곤충들을 낚아채 날아가기도 하며 몇 시간째 짝짓기를 하거나 가느다란 잎 뒤에 정교한 배열로 알을 낳아 붙여 놓기도 합니다. 1m x 1m 세계는 작지만 복잡한 생태계입니다.

바닥에 붙어 자라는 주름잎
여뀌류 잎에 날아와 앉은 큰주홍부전나비
사위질빵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칠성무당벌레
여뀌류 잎을 돌아다니는 상아잎벌레
단풍잎돼지풀 잎에 나란히 앉은 꽈리허리노린재
바람에 날아갈 준비를 마친 붉은씨서양민들레 열매